안녕하세요, 그래입니다.
1편에서는 낙찰 후 처음 점유자에게 연락을 시도했던 과정을 이야기했습니다. 문에 메모를 붙이고, 며칠 뒤 첫 통화를 했고,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나간다는 말은 계속 들었는데, 날짜는 한 번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경매 명도 협의는 생각보다 싸우는 과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간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 시간을 버티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이 편은 그 애매한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 이사비는 명도 진행에 도움이 될까
점유자와 연락이 원활하지 않자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선택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사비를 먼저 제안하면 어떨까.
명도 협의에서 낙찰자가 이사비를 일정 금액 지급하고 날짜를 받는 방식은 드물지 않습니다. 점유자 입장에서 이사 비용 부담이 있을 경우, 그 부분을 해소해주면 협의가 빨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최초 수익률 계산을 할 때에 평당 10만원 정도의 이사비를 책정해 뒀지만, 막상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처음엔 분위기기 나쁘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이제와 얼마를 드릴게요 라고 하면 오히려 대화의 구도가 이상하게 흘러갈 것 같았습니다. 금액 협상이 시작되면 그게 또 다른 지연 요인이 될 수도 있었고요.
결국 이사비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소유자가 점유하고 있는 물건의 명도는 생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잡는게 맞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가족이 거주하는 경우 이사비를 받는다고 해서 바로 이사를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차라리 이 기간동안 나가는 대출 이자로 생각하고 명도 기간을 조금 더 여유있게 잡는걸 고려할 수 있습니다.
✔️ 협의가 안 된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낙찰 후 두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점유자가 이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붙었습니다. 이사 가려는 집에 거주 중인 사람의 사정에 따라 날짜가 바뀔 수 있다는.
딱히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선이 그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주일 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기다렸습니다.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제가 연락을 했습니다. 답이 없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인정했습니다. 이 상황은 협의로 끝나지 않는다고.

나쁜 사람이 아닌 건 맞습니다. 악의가 있어서 버티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상황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갈 곳이 없거나, 이사 비용이 없거나,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거나.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저는 2개월 동안 구체적인 날짜를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기다리는 방식을 바꿔야 했습니다.
✔️ 강제집행을 신청하다
고민 끝에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낙찰자들이 잔금 시 인도명령을 신청해 둡니다. 저도 잔금 납부 시 법무사를 통해 소유권이전등기와 함께 인도명령을 함께 진행해뒀습니다. 덕분에 절차상 인도명령 결정은 이미 나와 있는 상태였고 남은 건 강제집행 신청이었습니다.
법원 집행관실에 방문해 강제집행을 신청했습니다. 집행관이 연락이 와서 계고일을 알려주며 점유자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따로 점유자가 너무 놀라지 않도록 계고일이 정해졌음을 알리고, 계고가 바로 강제집행이 되는 건 아니니 우리는 계속 협의를 진행하면 된다는 연락을 남겼습니다.

▼ 강제집행 신청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계고 유예기간이 지나면 집행기일 지정 요청을 해야 합니다. 집행관에게 연락해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집행 비용 견적을 받는 절차입니다. 계좌이체로 비용 예납을 완료했습니다.

비용을 입금한다고 해서 집행 일정을 확정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 경우에는 집행이 밀려 있어서 약 3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점유자와의 협의가 지연되는 와중에 강제 집행도 생각보다는 오래 걸린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점유자의 사정을 배려하고, 협의에 기운 쓰느라 정작 내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 되자 처음부터 강제집행을 진행했어야 하는 걸까 싶기도 했어요.
법원 담당자에게서 취소 건이 생기면 일정을 앞당겨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법원에 전화해서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일정은 쉽게 당겨지지 않았습니다.
▼ 부동산 인도명령은 온라인으로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아래 글을 추가로 확인하세요.
✔️ 마치며
명도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절차의 문제입니다. 협의가 실질적으로 진전되지 않는다면 법이 만들어둔 절차를 따라가는 것이, 낙찰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이라는 생각이 반복된다면, 그건 이미 기다림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 기다림 이후에 실제로 어떻게 명도가 마무리됐는지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기록하겠습니다.
—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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